갤러리2에서는 윤영빈 개인전 《Soft Touch》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윤영빈은 자신의 주변에 편재한 산물 가운데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최선의 과정을 거친 물건과 풍경을 담은 회화를 선보인다. 대상이 서로 자리를 내어주고 비켜주고, 색과 형태를 양보하고 섞어주며 화면에서의 조화를 찾는 윤영빈의 회화는 환영의 말을 담은 팝업 창, 신년 인사를 전하는 엽서, 축하하는 마음을 녹여낸 축전처럼 온갖 좋은 것을 한 데 엮은 낱장의 이미지를 지향한다. 회화 21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월 19일까지 이어진다.
휴대할 수 있는 사랑, 폭죽이 열리는 나무, 유연한 춤을 추는 해골. 윤영빈은 자신의 그림을 이루는 대상을 이렇게 부른다. 회화는 살아 있다.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이 회화의 오랜 역할이라면, 그 역할을 수행하는 화가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가가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은 그 화가에게 행운이 따르기에 가능하다. 비록 행운이 찾아온 순간이 작은 사건, 일상의 찰나, 평범한 물건에서 비롯할지라도.
이번 전시에서 윤영빈은 자신의 주변에 편재한 산물 가운데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최선의 과정을 거친 물건과 풍경을 담은 회화를 선보인다. 특히 이전에는 모바일 환경에서 수집한 이미지로 화면을 구성하거나 입체물을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실제로 경험하는 생활 속에서 발견한 대상을 그리는 일에 관심을 둔다. 문구점에서 구매한 동식물 카드, 기차에서 본 좌석 디자인, 자동차 혹은 작업실에서 목격한 풍경 같은 것이다. 윤영빈은 이러한 산물이 그 시간과 장소에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갖은 노력을 들여 형성되었다고 믿으며, 자신의 눈길이 저절로 사로잡혔다고 말한다. 이 행운 같은 순간과 대상은 윤영빈의 회화 속에서 서로 자리를 내어주고 비켜주고, 색과 형태를 양보하고 섞어주며 화면에서의 조화를 찾는다. 마치 환영의 말을 담은 팝업 창, 신년 인사를 전하는 엽서, 축하하는 마음을 녹여낸 축전처럼 온갖 좋은 것을 한 데 엮은 낱장의 이미지처럼 말이다.
행운은 찾아 나서는 자에게 온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이런 산물은 허무맹랑할지도, 별 게 아닐지도, 그저 환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어떤 이에게 그런 산물은 그 산물을 행운처럼 여기는 습관을 길러 주기도 한다. 전시 제목 《Soft Touch》는 윤영빈이 찾은 행운의 한 사례다. 부드러운 감촉이라니, 어딘가 의미심장하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상은 농담처럼 즐거운 경험에서 비롯한다. 윤영빈은 어느 여름날 밥을 먹고 작업실로 향하던 중 형광색 POP로 치장한 가판대를 보았는데, 그 사이에서 'Soft touch when it comes to you'라고 적힌 자수 패치가 붙은 청바지에 시선이 붙들렸다. 당시 어머니가 즐겨 입던 청바지의 멋진 장식과 흡사하다는 기억이 떠올라 그 패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찰나의 순간은 가장 매혹적인 각도와 톤으로 윤영빈의 눈과 사진에 담겼고, 훗날 그림의 대상이 되기 위해 남겨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Soft touch'는 하나의 그림이자 전시의 제목이 된 것이다.
이처럼 윤영빈의 그림 속 대상은 풍경과 정물을 넘나들며 모두 최선의 선택을 통해 도출된 훌륭한 결과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전체 연작을 선보이는 '계절 카드 시리즈(2018-2020)'는 어린이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동식물 카드'의 한 종류인 '계절 카드'를 그린 그림이다. 카드 전면에는 특정한 단어와 단어에 대한 설명, 단어를 표상하는 사진이 채우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 카드가 흔한 프랜차이즈 문구점이 아닌 오직 개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노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 진귀한 물건이라는 점이다.
얼핏 그림은 정물화 혹은 풍경화 두 장르로 나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둘의 경계는 모호하다. 윤영빈은 각각의 대상이 강한 주장을 하며 나열되기보다는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도록 만든다. 중심이 되는 대상이 뚜렷한 정물화의 배경은 정물과 유사한 색조로 정물에 흡수되어 서로를 침투한다. 전체적인 풍경이 중요한 풍경화에서는 개별 대상이 배경에 연결되어 가장자리 밖으로 이어진다. 계절 카드를 그린 네 개의 캔버스에 "계절을 대표해 카드에 갇힌 철쭉과, 폭포, 나무를 꺼내 수집해 둔 풍경 혹은 사물과 연결한 뒤 다시 한 장의 카드처럼 만들어 두었다(작가 노트, 2020)"고 설명하듯, 한 화면 속 요소들은 적당한 자리와 색감, 모양을 간직한 채 서로를 위한다. 윤영빈이 말하는 주관적인 진귀함, 즐거움, 행운이 한 데 엮여 어렴풋이 기억나는 행복한 잔상이나 어설프지만 훌륭한 합성 이미지처럼 오묘한 구성으로 맞추어진 것이다.
언젠가 윤영빈은 회화에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을 담는다(작가 노트, 2020)"고 말한 적이 있다. 최선의 선택을 거친 것들을 모아 한 화면에서 어우러지게 만들면 그 결과는 좋기 마련이다. 별것도 아닌 일에 행운이라고 거창하게 이름 붙인다고 황당해할 수도 있지만, 행운은 사실 별 게 아니다. 전시 제목을 정하면서 윤영빈은 어느 여름에 본 청바지 패치에게 잠깐 그 모습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행운을 밑거름 삼아 그림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행운을 찾은 순간이 비록 작은 사건, 일상의 찰나, 평범한 하루일지라도,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 앞에서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204, Pyeongchang-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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