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그림은 대개 고층 빌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면밀히 관찰한 건축물의 기하학적 요소를 작품에 반영하기 위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건물의 전면을 주시한다. 캔버스 화면에서 대상을 평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작가는 재현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면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Read More김수영은 1994년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독일로 건너가 Hochschule für bildende Künste Braunschweig에서 처음으로 수학했고, 이후 2004년 Kunstakademie Düsseldorf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독일에서의 초기작 <RWI Headquarters 2, 3>(2002)에서 건물은 유리로 된 외관의 인근 구조물을 멀리서 반사해 보여준다. 옅은 잿빛 하늘, 그리고 회색과 흰색의 색조가 절제되어 칠해진 건물을 통해 김수영은 물감의 물질성을 강조하면서— 전체 시설과 창문의 세로 열을 관통하는 듯한 수직 기둥의 모습과도 같이—대상의 특징을 포착한다.
2003년 즈음 김수영은 건물의 전면을 근접하게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의 방향을 이동시켰다. 작가의 소재는 1920-30년대 현대 혹은 국제 양식으로 알려진 건축물을 망라했는데, 이러한 국제 양식에는 대량생산된 철, 강철 및 철근 콘크리트, 유리와 같이 재료의 사용이 한정되어있다. 재료의 잠재성을 강조한 국제 양식은 물감의 매체적 속성에 관한 김수영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시기 그림 중 <Weissenhof House 1>(2003)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및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가 1972년 디자인했던 흰색 파사드를 묘사한 것이고, <Cité du Refuge>(2004)는 르코르뷔지에의 첫 번째 도시 주택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제작한 것이다. 두 작품에서 김수영은 대상의 반복적인 요소와 더불어 현대 건축 시스템에 있어 표준화된 구성단위와 수치에 중점을 두고, 구상적이기보다는 더욱 평면적이고 미니멀한 그리드와 같은 이미지를 묘사한다.
2004년 서울로 이주한 이후 현대 건축에 대한 김수영의 관심은 지속되어, 하루 중 다른 시간에 같은 건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외관을 근접하게 묘사한 <Dongbu Insurance Buildings 11 am>(2008)의 경우 각 색상이 옆의 색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반면, <Dongbu Insurance Building midday>(2008)에서는 깔끔하게 채색하지 않은 것 같은 건물이 더 멀리에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작가가 다양한 색조와 세부 묘사를 통해 특징화하여—상단에 둥근 모서리가 있는 정사각형의 창문과 같이—같은 건물로서 인식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김수영은 화면에서 묘사를 서서히 제거하여 대상 그 자체보다 형식적인 요소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작품 <Two Sides>(2010)에서 캔버스는 오른쪽에 청록색의 평면 화면과 왼쪽에 익명의 건물에 격자무늬 외관이 표현된 두 면으로 나뉜다. 이는 유사한 구성이지만 대상을 알아볼 수 있게 여지를 남기는 <The Headquarters Hankook Newspaper>(2006)와는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더 나아가 몇 개의 파사드가 연거푸 묘사된 <Work No. 46>(2017) 또는 <Work No. 52>(2018)처럼 번호로 제목을 붙여 작품을 중립적으로 표현한다.
김수영은 서울의 원앤제이갤러리(2013, 2011, 2008), 금호미술관(2007), 대안공간 루프(2004)와 독일 에센 베어덴의 Galerie Ricarda Fox(2002)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2011), 부산시립미술관(2005), 베이징 스페이스 캔(201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2003) 외 다수에서 전시되었고, 서울시립미술관, 홍콩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 뉴욕 Artist Pension Trust Collection 등에 소장되어 있다.
김수영은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 하고 있다.
이설희 | Ocula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