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은 전후 한국 추상회화 발전에 기여하였다. 작업의 행위, 물성, 회화 표면을 탐구하며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등장한 모노크롬 추상회화인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Read More1970년대 배압법 기법을 활용한 <접합> 연작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배압법은 비정통적 재료를 개입시킨 창의적 실험의 결정체로써 화면 뒤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기법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천의 성긴 틈 사이의 크기와 물감을 누를 때 압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1959년 홍익 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작업 초기에는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실험하였다. 그 예로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의 장식적 형태를 직선과 모노크로매틱 색조와 기하학적 구성으로 풀어낸 도시계획 유채 연작의 <도시계획백서>(c. 1967–9)가 있다.
전후 동시대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하종현은 일상에서 값싸게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을 재료 삼았다. 대형 작품을 만들기 쉽지 않았으므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실험하였다. 미군이 구호물자를 보급할 때 쓴 마대를 캔버스로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그 예시로 서로 마주보는 벽에 밧줄을 달아 그 가운데에 목조 대를 수직으로 세운 설치 작품 <관계 72-11>가 있다. <무제 72-C>(1972)에는 철조망을 캔버스에 수평적으로 덧대었고 <작품 73-15(B)>(1973)에는 격자무늬로 둘렀다.
1970년대 초반부터 작가만의 독창적인 배압법으로 <접합>을 작업하였다. <접합>의 표면은 밝은 색조에서 어두운 색조가 수직으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유화 <접합 79-11>(1979)부터 짧고 수직으로 뻗은 흰 물감을 바른 <접합 05-171>(2005)까지 다양하다. <접합 16-321>(2016)과 같이 한글 모음을 닮은 짧고 각진 기하학적 요소가 있는 작품도 있다. <접합> 연작 중에는 물감이 응고되면서 입체감이 부각되는 작품이 많으며 예시로는 <접합 14-136>(2014)와 <접합 18-07>(2018)이 있다.
오큘라 매거진(Ocula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접합>이라는 단어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며 물감과 마포와 같은 재료의 결합이 작가의 예술적 정신과 행위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물감을 칠하는 행위와 재료의 물성에 대한 작가의 고찰은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과 같은 단색화 작가들의 철학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후 접합>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12년 열린 작가의 첫 회고전에서 처음 전시되었으며 <접합>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배압법의 재해석이자 확장으로써 직선 형태의 얇은 나뭇조각 여러 개를 모은 후 일일이 가장자리 혹은 아래에 유화 물감으로 칠하였다. 물감이 굳으면 나뭇조각에 조형적 특징이 더해지며 <이후접합 11-3>(2011)과 <이후접합 21-201>(2021) 같은 다채색 작품이 완성되었다.
하종현은 1960년대부터 여러 국가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브뤼셀 보고시안 재단(The Boghossian Foundation)의
개인전으로는 국제 갤러리의 <하종현 전>(2022), 뉴욕 티나 킴 갤러리(Tina Kim Gallery)의
단체전으로는 서정아트의<단색화, 수행하는 구도자들 展>(2022), 베이징 탕 컨템퍼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의 <Painting and Existence: Chinese, Japanese, and Korean Abstract Paintings>(2020), 베이징 송 미술관(Song Art Museum)의 <Abstraction(s)>(2019), 베이징 파워롱 미술관(Powerlong Museum)의
박지윤 옮김 |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