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의 개인전명은 <수렴과 발산 Form and Variation>이다. 수학에서는 수열의 극한이 특정 값에 가까워지는 것은 ‘수렴’, 어떤 정해진 목적지가 없이 값이 계속 바뀌는 것은 ‘발산’이라고 말한다. 이 두 단어는 단지 수학에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근본 원리나 정답을 찾아가는 것을 ‘수렴적 사고’, 무한대로 확장하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상상을 ‘발산적 사고’라고 한다. ‘수렴하지 않으면 발산한다’는 명쾌한 명제가 수학에서는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수학보다 더 복잡하게도)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 사이의 선택과 집중 혹은 공존을 요구한다.
작가는 규격, 제한, 제도, 조건, 한계 등 현실의 ‘틀’을 인식하고 그것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는 인간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만 혹은 문제점을 은유한다. 작업실 공간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도구의 규격이나 제한적인 사용 범위를 넘어서고자 할 때 그는 갑자기 막연해지면서도 그 상황이 조금 흥미롭다고 말한다. 이 고정된 틀의 맹점을 찾고 또 다른 가능성이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맞대응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김태연의 작업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저항이라고 믿었던 작업을 복기해보니 결국 자신도 틀에 의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김태연은 그동안 탈주를 감행했던 틀의 존재를 인정했다. 작가는 고정된 틀에 그저 순응하지 않고 형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틀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티를 낸다. 그저 ‘발산’하는 다양성이 아니라 ‘수렴’되는 틀이 공존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 역시 발산하는 형태 만큼이나 아름답다는 것이 작업에 내재되어 있다. 틀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니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다. 수렴되는 지점을 감각하고 상상하고 비틀고 다양한 견본을 만들어 낼 뿐이다. 이렇게 수렴과 발산의 새로운 관계 정립은 작가를 작품의 조형과 미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2 by 2 Grid>와 <5 by 5 Grid>는 모눈종이의 평면 공간을 입체로 만든 작업이다. 모눈종이는 작가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하나의 틀이기도 하다. ㄱ자, ㄴ자 형태의 철판을 조립한 이 작업은 어떤 지점에서는 완벽한 그리드의 형태를 갖지만 관람자의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구조로 보이거나 평면의 그리드 구조에서는 인식할 수 없던 뻥 뚫린 공간을 보여준다. 그는 입체화된 그리드 공간을 통해 모눈종이의 맹점을 표현한 것이다. <수직 파도> 연작은 파형 스프링을 주형으로 해서 석고로 형태를 떠낸 작업이다. 스프링은 바닥에 세울 때마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매번 희한한 형태를 만들며 직립한다. 이 작업은 규격화된 기성품에서도 비결정적인 형태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 유연함을 드러낸다.
김태연은 일상에서 마주한 틀의 구조를 파악하고 그 안에서 뭔가 새로운 방향으로 발산할 수 있는 ‘구멍’을 찾는다. 그 뚫린 구멍을 발견할 때, 작가는 마치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한다. 이는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전략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틀이 갑갑하지만 조금 돌아가면 괜찮을 거라는 마음으로 나름의 꼼수를 부르는 것이다. 작가는 예기치 못한 혹은 의도적으로 발산된 형태가 주류(규격)에 편입되지 못한 소외된 존재가 아니라 삶에 물음표를 던지고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갖는 담백한 존재로 비치길 원한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전시명을 <수렴과 발산>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조금 더 친절하게
204, Pyeongchang-gil
Jongno-gu
Seoul, 03004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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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 3448 2112
Tuesday – Saturday
10am – 7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