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스펙터클, '앎'으로부터의 탈주 – 정정주 개인전 《Luminous City》
미술사 이상윤(Ph.D)
'태양의 붉은 폭발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나는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에 이마가 팽창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뜨거운 태양의 엄청난 숨결을 얼굴에 느낄 때마다, 나는 이를 악물었고, 태양과 태양이 쏟아붓는 그 캄캄한 취기를 이겨 내려고 전신을 긴장시켰다.' - 『이방인』 중에서-
I. 감각의 사고: '앎'으로부터의 탈주1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는 『야생의 사고(La Pensée Sauvage)』에서, 감각에 의존하고, 구체적이며 때론 주술적인 사고가 알려진 바와는 달리, 미개하거나 열등한 것이 아님을 설명한 바 있다. 2000년대까지 정정주의 초기 작업에서도 레비스트로스가 관찰했던 서구의 관념 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사고방식이 비쳐진다. 그의 드로잉은 꿈틀거리는 낯선 생물들, 낮게 저미는 움직임, 혹은 뒤틀린 채 날아가는 형상으로 가득한데, 이는 직접적인 신체감각, 경험, 관찰로 수집해 온 특정 물리적 양태와 유동체에 관한 작가의 유난한 관심의 근거로 충분했다. 다시 말해, 연역적이고 규정적인 '앎'보다는 감각적, 구체적, 특정적 지각이 정정주 작품의 토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꽃'이라는 추상 개념이 장미, 국화, 백합 같은 각 개체의 정보를 무리하게 동질화하거나 섣불리 규정하는 '앎'의 착각을 일으킨다고 지적한 레비스트로스의 경고는 정정주의 초기 드로잉과 그의 궤적에서 다시 상기되는 듯했다. 이렇듯 그는 우리가 '알고 있다'라는 사실을 의심하도록 권하고 있다.
II. 확장: 빛, 눈, 카메라, 시선의 정치학
그러한 예는 작가가 빛을 지각하고 이를 이미지화하는 데에서도 나타난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유학 시절, 자신의 방을 비추는 빛을 '마치 나의 내부를 혀로 핥는 듯'하다고 감각했던 정정주는 2010–14년 무렵까지 공간 내부를 훑고 돌아가는 카메라와 모니터, 관객의 시선으로 이를 작품화하였다. 빛과 관련한 공포, 불안, 억압, 히스테리의 부정적인 감각은 위에서 인용한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이방인(L'Etranger)』의 감각과도 매우 닮아있다. 피할 수도 없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 주인공은 압박과 히스테리를 견디다 못해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미(美)적이지만, 한편 섬뜩하고 창백한 정정주의 이 시기 작품들 역시 이러한 날 선 히스테리의 감각을 드러내었다. 작은 공간을 만든 작품 내부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하여 응시로부터 감지되는 힘과 긴장, 곧 시선의 정치를 다룬 정정주의 작품이 이 무렵 신체나 히스테릭 행위와도 연결되는 것 역시, 이 같은 감각의 사고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타자화하는 시선, 그 시선을 상징하는 섬뜩한 빛과 카메라의 집요한 추적, 피할 겨를도 없이 내부를 훑고 지나는 권력적인 응시는 점차 정치와 역사의 주제로 확장되었다.
III. 양가성: '앎'으로부터의 탈주2
전일빌딩, 옛 전남도청, 상무관, 국군광주병원 등, 정정주의 5.18 민주항쟁 연작들 역시 위와 같은 흐름에서 등장하였다. 하지만, 5.18 민주항쟁을 다루는 정정주의 시각은 매끄러운 역사와는 차이가 있다. 작가가 표현하고 있는 5.18의 기억은 통합적이지도, 총체적이지도, 규정적이지도 않다. 작품 내부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와 프로젝터가 만드는 교차하는 선들의 추상 이미지처럼, 정정주가 기억하는 고향 광주와 5.18 민주항쟁은 희고 빛이 나, 더욱 혼란스럽고 섬뜩하였다. 이는 갓 10대가 된 소년의 감각 사고와 공식 역사와의 간극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삐라를 주워 연습장으로 삼았던 파편화되고 분절된 실제의 기억은 5.18 항쟁을 되려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생생히 지각하게 하였다. 축제 같았던 그 날의 날카로운 감각은 역사적 사실과 충돌하면서 우리의 '앎'을 전복시키고, 더욱더 낯설고 혼란스러운 것으로 바꾸려 한다. 환희와 공포가 공존하는 빛의 양가성처럼, 정정주에게 광주와 5.18은 양립하는 요소들이 뭉뚱그려진 날것, 우리가 감히 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실제적 감각의 대상이었다.
IV. 발광(發光)하는 도시, 빛의 스펙터클
그의 계속되는 지각 실험은 이제 1980년대를 관통하여 신자유주의 도시로 확장되고 있다. 2018–19년 작품은 특히 다양한 색채가 사용되었으며, 2021년부터는 LED 조명을 사용한 기하학적인 구조체를 시작하였고, 이번 전시에서는 촬영 이미지와 조명, 물질과 조명을 결합한 <27rooms>,
Press release courtesy Gallery Chosun.
BF1, 2F
64, Buckchon-ro 5-gil
Jongno-gu
Seoul, 03053
South Korea
www.gallerychosun.com
+82 2 723 7133
Tuesday – Sunday
10:30am – 6:30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