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이 현대인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메시지와 이미지들을 나누고 수집한다. 우리는 스크린 속 재현된 장면들과 이야기들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Deleted»전에서는 람한, 안준우 작가가 디지털 사회 안에서 포착하는 순간적 경험을 작업에 기록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취향과 연결된 사물과 생명체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회화적으로 하나의 화면 안에 담는다. 불규칙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의 일부는 최종 결과물에서 삭제되거나 중첩되어 한 프레임 안에 재배열 된다.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병행하는 람한의 디지털 페인팅에는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사물들의 상태가 서술적(narrative)으로 묘사되어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사이키델릭한 색채로 표현되어 비현실적이고 인공적으로 읽히나 희미한 기억 속 특정 장면을 환기하는 단서가 된다. 작가는 주로 에니메이션에 사용되는 표현기법들을 작업에 차용하는 데 이를 통해 형상화한 물, 연기, 빛 등은 보는 이에게 판타지적 체험을 유도한다. 그가 2018년부터 라이트 패널로 제작한
안준우는 현재 홍콩 패션 기업의 아트디렉터로 재직 중이며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사진과 영상들을 주재료 삼아 작업한다. 작가는 휴대폰과 컴퓨터에 저장한 방대한 양의 빈곤한 이미지들1 을 무리 지어 복제하거나, 부분을 삭제한 후 실제로 촬영한 일상의 순간들과 뒤섞는다.
두 작가의 작업은 일종의 공상화와 (pictures of imagination) 같다. 무수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온라인에 노출된 현대인의 모습이 직간접적으로 작품 안에 기록되어 있다. 실질적 경험은 스크린을 통해 접하는 납작한 경험보다 더 뚜렷하게 기억되는 것일까? 개개인이 기억하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반복되는 저장과 지우기를 통해 무너진다.
1 빈곤한 이미지는 움직이는 사본이다. 화질은 낮고, 해상도는 평균이하. 그것은 가속될수록 저하된다. 빈곤한 이미지는 이미지의 유령, 미리보기, 섬네일, 엇나간 관념이다. 그것은 떠도는 이미지로서 무료로 배포되고, 저속 인터넷 연결로 겨우 전송되고, 압축되고, 복제되고, 리핑되고, 리믹스되고, 다른 배포 경로로 복사되어 붙여넣기 된다. 히토 슈타이얼, 『스크린의 추방자들』, 김실비 역, 서울: 워크룸프레스, 2018, 41쪽
2 밈은 인터넷 상에서 재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정 메시지가 담긴 그림, 사진, GIF와 같이 짧은 영상들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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