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1은 2021년 첫 전시로 2월 18일부터 3월 20일까지 이소정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양화'라는 장르적 틀 안의 재료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와 새로운 기법을 실험한 신작 20여점이 공개된다. 이소정은 동양화의 필묵을 기반으로 유기적인 추상작업을 이어왔다. 전작에서 등장한 형상들은 꼬리를 물고 연쇄와 증식을 반복하며 다음 작업의 실마리가 되어왔다. 우연한 형태를 단서로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온 작가는, 더 나아가 우연을 복제하여 필연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에 이르렀다. '경첩들'은 앞선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활용되었던 부산물의 우연적인 형태를 틀로 삼아 화면 위에 또다시 우연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전 연작 '탐정들'에서 본 화면이 될 장지 위에 한지를 덮고 색과 먹을 올린 뒤 걷어내어 화면 위에 스며든 흔적들 사이의 형상을 찾아나갔다. 필터로 쓰여진 얇은 한지들은 우연히 만들어진 주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바짝 건조되어 쌓여갔고, 작가는 이를 우연을 복제하는 템플릿(모양자)으로 삼아 화면 위에 놓고 다시 색과 먹을 올려 의도적인 우연을 만들기 나가기 시작한다.
우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도가 개입되며 '필연'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이를 다시 '우연적'으로 만들기 위해 단일한 색의 아크릴로 두텁게 채색하여 덮어나가며 형상과 여백의 경계를 마련하고, 그 형상의 덩어리를 부각시킨다. 즉, 우연적인 요소를 템플릿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반복해 나가면서, 과거 우연으로 발생한 부분이 필연이 되고, 이 필연을 통해 다시 우연이 생기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우연이란 복제되거나 반복될 수 없기에 우연일 것이다. 그러나 이소정의 화면 안에서 만큼은 우연은 복제된 상태로 존재한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세상의 모두가 이미 세상에 나와 있기로 한 것처럼 존재하지만, 사실 모두 엄청난 우연의 확률을 뚫고 세상에 나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존재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나름의 '관계'를 맺으며 필연이 되어 갑니다. 이는 지금까지 제 작업의 근간이 되어 왔던 질문을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막연한 빈 화면에 밑그림 없이, 우연히 만들어지는 자동발생적인 이미지나 우연한 흔적들을 돕거나 통제하여 필연적인 화면을 구성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매번 우연과 필연 사이를 오가며 존재합니다. 작품을 관람하러 온 관객들 역시 작품과 우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관객들이 화면의 구성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개개인의 우연과 필연의 경험을 경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이소정
이소정(b. 1979)은 이화여대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를 석사 졸업하였다. 탐정들 (갤러리2, 2019), 잡화 (두산 갤러리 뉴욕, 2013), 눈밭의 비겁자 (금호미술관, 2007) 등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아모레퍼시픽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2017),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바이크샵 (2016), 제주도립미술관 (2014)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1년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하였으며 두산갤러리, 수원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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